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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Hapag-Lloyd: 견적 생성 자동화

Hapag-Lloyd, 디지털로 항해하다

글로벌 해운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Hapag-Lloyd는 단순히 배를 운영하는 해운사가 아니라 ‘데이터로 움직이는 서비스 기업’*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인공지능, IoT,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업무 효율화(DX)와 고객 경험 혁신(AX)을 동시에 추진해 왔는데요.
가령 고객 응대/임직원 업무 효율을 모두 향상시키기 위해 이메일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답변을 생성해주는 ‘DAISY’ 시스템, 화물 가시성 확보를 위해 모든 컨테이너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Live Position’ 서비스, AI를 활용해 선박 배치와 운항 효율을 최적화하는 ‘Fleet Deployment Optimizer’ 등 다양한 DX/AX 기술을 활용해 왔습니다.
Hapag-Lloyd는 기술을 통해 임직원과 고객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운영 효율까지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더 전략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고객은 언제든지 접근 가능한 24시간 디지털 창구를 통해 더 빠르고 투명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Hapag-Lloyd는 한 가지 오래된 과제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운임 견적(Quote)’입니다.
과거에는 이메일과 전화를 오가며 견적을 확인해야 했고, 시차나 담당자 상황에 따라 답변이 지연되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고객은 즉시 운임을 알고 싶어 했고, 영업팀 역시 반복적인 견적 응답으로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Quick Quotes’입니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가격을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운임을 산출하고 즉시 예약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Hapag-Lloyd는 이를 통해 “고객에게는 몇 초 안에 견적을, 직원에게는 더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운임, Quick Quotes
‘Quick Quotes’는 Hapag-Lloyd가 2018년에 선보인 데이터 기반 실시간 운임 견적 플랫폼입니다. 고객이 출발지와 도착지, 화물 정보를 입력하면 몇 초 안에 운임이 계산되고, 바로 예약까지 이어지는 서비스죠.
지금의 Quick Quotes는 단순한 조회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AI·API가 결합된 지능형 운임 시스템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Hapag-Lloyd가 구축한 ‘데이터 백본’(Data Backbone)입니다. 운임·스케줄·장비 가용성·계약 정보뿐 아니라 항만 운영·날씨·혼잡도 같은 외부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연동됩니다. 중앙의 운임 산출 엔진(Pricing Engine)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요-공급 변화, 장비 가용성, 운항 일정, 과거 거래 패턴을 분석하고, 가장 합리적인 실시간 운임을 산출합니다.
특히 머신러닝 기반 수요·가격 예측 모델이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시장 상황과 선복 변화에 따라 운임을 자동으로 보정합니다. 특정 노선에서 장비가 부족하거나 항만 지연이 예상되면, 시스템은 즉시 해당 정보를 반영해 견적을 재계산하고 고객 화면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합니다. AI는 또 고객의 예약 이력과 거래 성향을 바탕으로 맞춤형 견적 제안까지 지원합니다.
이러한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API 중심의 개방형 아키텍처 덕분입니다.
Quick Quotes는 웹 포털뿐 아니라, 포워더나 물류기업이 사용하는 TMS(운송관리시스템)이나 ERP, 글로벌 물류 플랫폼과도 직접 연동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Hapag-Lloyd는 GEODIS와의 협업을 통해 계약 요율과 부가요금, 리드타임 정보를 양방향으로 자동 교환하는 Contract API를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GEODIS는 자사 TMS 안에서 Hapag-Lloyd의 운임 데이터를 즉시 불러와 견적서를 자동 생성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사례는 Quick Quotes의 실시간성과 API 확장성이 어떻게 고객 업무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주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Quick Quotes는 단순한 가격 계산기가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 + AI 예측 + API 생태계가 결합된 실시간 디지털 세일즈 엔진입니다. 고객은 즉시 정확한 가격을 확인하고, 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교한 가격 전략과 수익 관리를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uick Quotes가 만들어낸 변화
Quick Quotes의 도입 이후, Hapag-Lloyd의 영업과 고객 응대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견적 요청이 들어오면 이메일·엑셀·내부 ERP를 오가며 계산하느라 몇 시간, 길게는 하루가 걸렸습니다. 지금은 고객이 직접 플랫폼에 정보를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즉시 견적이 산출되고 예약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죠.
이 변화는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업팀 입장에서는 반복 견적 업무의 70~80%를 자동화하면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전략·특수 운송 견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CS팀은 문의 처리 시간을 대폭 단축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고객 역시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사실상 사라졌고, 예약 가능 여부·선적 일정·요율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결정 속도와 신뢰도가 함께 높아졌습니다.
또한 Hapag-Lloyd는 Quick Quotes를 통해 쌓이는 데이터로 시장 별 운임 변동, 고객 유형별 예약 패턴, 리드타임 편차 등을 분석해 수익 관리(Revenue Management)와 운항 계획 최적화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정확한 가격 정책 → 안정적인 운항 스케줄 →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Quick Quotes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운영 효율 + 고객 경험 + 데이터 자산화”를 동시에 달성한 DX·AX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사점
Hapag-Lloyd의 사례는 해운업의 디지털화가 단순한 IT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국내 해운사들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선사들이 이메일·엑셀·전화에 의존한 운임 협상과 예약 절차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방식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즉시성(instant)”과 “투명성(transparency)”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 운임·스케줄·장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백본을 구축하고,
- AI 기반 수요·운항 예측 시스템으로 운임 산정의 합리성을 확보하며,
- API 기반의 외부 연동 체계를 만들어 포워더 · 화주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고객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설계하는 과정”입니다. Quick Quotes처럼 단일 서비스로 시작하더라도, 그 뒤에는 데이터·AI·API가 연결된 디지털 생태계 설계가 반드시 함께 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