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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테보리 항: 컨테이너 손상 자동 탐지

북유럽의 관문, 예테보리항이 보여주는 항만 AX의 진화

스웨덴 서해안에 자리한 예테보리항(Port of Gothenburg) 은 북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 항만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북해를 잇는 핵심 물류 거점입니다. 유럽 전체 해상 물류의 약 30%가 북유럽을 통해 오가는 만큼, 이 항만은 스웨덴 제조·수출 산업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하지만 유럽 항만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는 같았습니다. ‘터미널 혼잡’, ‘인력 부족’, ‘운송 지연’, 그리고 ‘복잡한 서류 절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항만 운영사들은 최근 몇 년간 AI·IoT·RPA·데이터 분석 기반의 ‘AX(Automation & AI Transformation)’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완전 자동화 항만(Smart Port) 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예테보리항은 이 변화의 선두에 있습니다. 2017년부터 APM Terminals Gothenburg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디지털 트윈 기반 자동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입·출문 게이트에는 OCR(광학 문자 인식) 포털과 RFID 차량 인식 시스템, 스마트 키오스크, Visy Access Gate 플랫폼을 도입해 트럭의 입출항을 전면 자동화했습니다. 철도 터미널에는 Train Gate 앱과 철도 OCR 포털을 설치해 화차 번호, 위험물 라벨, 컨테이너 ID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모든 정보를 TOS(Navis N4) 시스템에 실시간 연계했습니다. 항만의 주요 장비인 STS(Ship-to-Shore) 크레인과 RMG(Rail Mounted Gantry) 에는 TopView·LaneView 카메라가 장착되어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는 순간의 영상을 자동 기록합니다. 이 일련의 디지털화 덕분에 트럭의 평균 처리 시간이 56분에서 25분으로 단축, 연간 CO₂ 배출 688톤 절감, 작업자 위험노출 대폭 감소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눈으로 확인해야만 판단할 수 있는 영역”, 즉 컨테이너 손상 여부가 새로운 병목으로 남았습니다. 수작업 점검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손상 책임을 둘러싼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예테보리항은 2023년, AI 기반 손상 자동 탐지(ADDS, Automatic Damage Detection System) 를 본격 도입했습니다. 게이트·크레인·철도 구간의 모든 컨테이너 이미지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긁힘·찌그러짐·구조 손상·도어 결함 등을 실시간으로 판정하고, 심각도에 따라 자동 알림과 예외처리를 수행합니다.
이제 예테보리항은 단순한 자동화 단계를 넘어, AI가 판단·기록·예외관리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항만(Autonomous Port)’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이 데이터를 입력하는 항만에서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는 항만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현장 근로자에게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 고객에게는 손상 분쟁 없는 신뢰 가능한 물류 서비스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의 ‘눈’을 대신하는 AI — 예테보리항의 ADDS 시스템
예테보리항이 도입한 ADDS(Automatic Damage Detection System)는 항만 현장의 시각적 점검을 자동화하기 위한 AI 기반 비전 시스템입니다. 이름 그대로, 게이트·크레인·철도 등 컨테이너가 이동하는 모든 구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 손상을 자동으로 탐지·기록·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눈으로 컨테이너의 찌그러짐, 긁힘, 도어 변형 등을 확인해야 했지만, ADDS는 AI 카메라가 초당 수십 프레임의 이미지를 분석해 손상 위치와 심각도를 즉시 판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판별”이 아니라, 항만의 운영 흐름 전체를 데이터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이 시스템은 2017년 게이트 자동화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설치된 OCR 포털과 스마트 게이트가 차량·컨테이너를 자동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량의 고화질 이미지 데이터가 축적되었습니다. 이후 2022~2023년에 이르러, 예테보리항 운영사인 APM Terminals Gothenburg는 핀란드의 Visy社와 협력해 이 데이터를 학습용 코퍼스로 활용, 딥러닝 기반 손상탐지 AI(ADDS 2.0)를 구축했습니다. 현재는 STS(Ship-to-Shore) 크레인 7기와 RMG(철도용 갠트리 크레인)에 AI 카메라를 탑재해, TopView(상부)와 LaneView(측면) 두 각도에서 컨테이너를 동시에 스캔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영상은 실시간으로 TOS(Navis N4)에 연동되어, ID·ISO 코드·도어 방향·손상 결과를 하나의 이벤트로 기록합니다.
ADDS의 핵심은 딥러닝(Deep Neural Network)으로 학습된 손상 분류 알고리즘입니다. 시스템은 컨테이너의 표면, 코너포스트, 도어, 루프 등 주요 구조부를 자동으로 분리(Segmentation)하고, 각 부위에서 손상 패턴을 감지합니다. 긁힘(Scratch), 찌그러짐(Dent), 구조 손상(Structural Crack), 도어 변형 등 수십 가지의 손상 유형을 학습하며, 각 손상에는 Severity Score(심각도 점수)가 부여됩니다. 이 점수가 설정된 임계값을 넘으면, 시스템은 “예외 처리 플로우”로 자동 분기시켜 현장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필요한 경우 수리 라인으로 컨테이너를 자동 라우팅합니다.
작동 시나리오를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 작업 시점 | 작업 사항 |
| ① 게이트 통과 | 트럭이 OCR 포털을 통과하면 차량 번호와 컨테이너 ID를 자동 식별하고, AI가 프레임 단위로 손상을 탐지합니다. 경미한 손상은 데이터로만 저장하고, 심각한 손상은 즉시 경보를 발송합니다. |
| ② 크레인 작업 | 컨테이너 리프팅 순간, 상부·측면 카메라가 추가 영상을 수집하여 손상 여부를 재검증합니다. |
| ③ 철도 구간 | 철도 OCR 포털에서 다시 한 번 자동 촬영·탐지하여, 이전 단계의 기록과 비교·검증합니다. |
| ④ TOS 통합 | 모든 기록은 Navis N4 시스템에 자동 저장되어, 손상 발생 시점·위치·이미지·AI 판정 로그가 한눈에 조회됩니다. |
이렇게 ADDS는 “보는 일”을 자동화한 AI입니다. 현장 근로자는 위험구역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고객사는 컨테이너 손상과 관련된 분쟁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항만은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판단·기록하는 완전한 자율운영 기반(Autonomous Port)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항만의 새로운 표준으로 — ADDS가 만들어낸 변화와 시사점
AI 기반 손상탐지 시스템(ADDS)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예테보리항은 항만 운영 전반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선 고객(화주·선사·포워더) 측면에서는 서비스 신뢰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컨테이너 손상 여부를 두고 항만, 운송사, 보험사 간의 책임 공방이 잦았지만, 이제는 게이트-크레인-철도 전 구간의 영상·AI 판정 로그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줄었습니다. AI가 자동 판정한 손상 데이터와 타임스탬프가 증빙 자료로 제공되어, 손상 클레임 처리 시간이 평균 수일에서 수시간 단위로 단축되었으며, 이로 인해 고객 만족도와 재이용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운영자(항만사·근로자) 측면에서는 효율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향상되었습니다. 게이트 자동화 이후 트럭의 평균 처리시간은 56분에서 25분으로 단축되었고, AI 탐지율이 99% 이상을 기록하면서 사람이 직접 컨테이너를 육안 점검해야 하는 빈도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이 덕분에 작업자는 더 이상 위험구역(크레인 하부나 차량 이동 라인)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며, 항만은 사고율 감소와 함께 노동생산성(인당 처리 컨테이너 수) 20% 이상 증가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모든 검사 기록이 디지털화되면서, 품질관리·정산·보험·정비 프로세스가 하나의 데이터 플로우로 연결되어 운영비용 절감과 투명한 회계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ADDS는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항만 운영모델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합니다. 컨테이너의 식별, 검사, 수리, 청구까지 이어지는 긴 프로세스를 AI가 자동으로 감시·판단·보고함으로써, ‘예외 중심 운영(Exceptions-only Operation)’ 체제가 정착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항만의 운영자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AI는 판단한다”는 새로운 역할 분담 구조를 의미합니다. 앞으로 예테보리항은 이 시스템을 인근 터미널 및 철도 운송망으로 확장하고, 보험사·선사·물류기업과 실시간 손상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결국, 예테보리항의 손상탐지 AI는 단순히 손상을 찾아내는 기술이 아니라, 항만 운영이 AI 주도형 프로세스(AI-driven Process) 로 재편되는 첫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혁신은 “AI가 데이터를 읽는 항만”에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조치하는 항만”으로의 전환, 즉 ‘Autonomous Port’ 시대의 실질적 출발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