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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aersk: 통관 업무 자동화

Maersk가 그리는 ‘AI 기반 무역 운영 혁신’의 항로

전 세계 해운산업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운영 자동화(Automation Transformation, AX)의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선박 운항과 항만 하역이 산업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API, 그리고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사들은 복잡한 공급망을 ‘가시화·표준화·자동화’하기 위해 IoT, AI, 데이터 분석 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Maersk는 가장 앞선 디지털 전환의 항로를 개척해 온 기업입니다.
Maersk는 이미 2017년부터 End-to-End 물류 인티그레이터(Integrator of Container Logistics)라는 비전을 내걸고, 해상운송뿐 아니라 내륙운송·창고·통관·탄소관리까지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통합해 왔습니다. 리퍼 컨테이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RCM (Remote Container Management), 중소 고객을 위한 공급망 협업 SaaS인 Maersk Flow, 글로벌 대형 화주용 컨트롤타워 NeoNav, 그리고 배출가스 데이터를 표준화해 제공하는 Emissions Dashboard까지—Maersk의 DX/AX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고객과 임직원 모두의 경험을 자동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외만 관리하는 물류’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었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분명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서류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운송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고, 통합 플랫폼에서 실시간 재고·리드타임·운임·배출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aersk 내부적으로는 선박·운송·통관 등 각 단계의 반복 업무가 대폭 줄었고, 전 세계 2,700명 이상의 물류·통관 전문가 네트워크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협업하며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교역 환경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관세 정책은 시시각각 바뀌고,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나 산림벌채 규제 같은 새로운 통관 기준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에 강제노동 (UFLPA), 제재리스트 (Sanctions List) 등 사회적 · 윤리적 규제까지 확산되면서, 단일 국가의 규정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습니다.
Maersk는 이런 복잡한 무역 환경 속에서 고객과 내부 운영이 겪는 ‘보이지 않는 손실과 리스크’, 즉,
· 관세의 과납,
· 준비 부족으로 인한 선적 지연,
· 활용되지 못한 FTA 혜택
이라는 현실적 Pain Point에 주목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Trade & Tariff Studio입니다.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HS 코드 분류, FTA 적용 가능성, 규제 스크리닝(UFLPA · 제재 · 소유구조 검증) 등을 자동화함으로써, Maersk는 통관 영역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신고 과정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적 전 단계부터 리스크를 예측하고 비용 절감 기회를 찾아내며, 궁극적으로는 무역·통관 업무를 ‘예측형 AI 운영’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Maersk의 AX 여정은 이제 데이터가 스스로 규제와 비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가 통관의 복잡성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시스템” — Trade & Tariff Studio
Maersk의 Trade & Tariff Studio는 전 세계 무역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상품 코드(HS/HTS) 분류, 규제 스크리닝, 관세 최적화, FTA 적용 판단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통관·규제 관리 플랫폼입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신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무역 데이터를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AI 기반 관세 인텔리전스 엔진’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Maersk의 AX 전략 중 가장 상징적인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본 시스템은 2023년부터 내부 파일럿 형태로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2025년 6월 미국 수입화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어, 같은 해 8월에는 전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대형 고객사의 제품 마스터 데이터를 입력받아, AI가 관세 코드를 재검토하고 FTA 적용 가능성을 진단하는 리스크 진단형 서비스로 운영되었습니다. 이후에는 Maersk가 보유한 글로벌 통관 전문가 네트워크(2,700여 명)와 결합하여, 국가별 규정·제재·검사 기준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지속 학습형 AI 체계로 고도화되었습니다.
시스템의 작동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사는 제품별 주요 데이터(제품명, 원산지, 소재, 공급자, 기존 HS 코드 등)를 Maersk 시스템에 업로드.
2. AI는 해당 데이터를 각 국가별 규제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비교하여 HS/HTS 코드의 적정성, FTA 적용 가능성, UFLPA·제재리스트·소유구조 위험 여부를 자동으로 분석.
3. 그 결과를 기반으로 생성된 ‘사전 스크리닝 리포트’에는 위험도가 높은 품목, 과납 가능성이 있는 품목, 미활용 FTA 항목 등이 우선순위별로 정리.
4. 보고서는 Maersk의 통관 전문가 검증을 거쳐 고객사 ERP·TMS 시스템으로 자동 피드백되어, 사전 신고·예외 처리·관세 절감 조치가 즉시 실행.
기술적으로는
- 딥러닝 기반 코드 추천 모델(HS Classification Engine)이 과거 통관 이력과 세계관세기구(WCO) HS 구조를 학습하여 품목별 코드를 추천하고,
- 자연어 처리(NLP) 기반 규제 매칭 모듈(Regulatory Matching AI)이 각국의 관세·제재 문서, UFLPA, CBAM, AML 리스트 등 비정형 데이터를 정규화하여 실시간 점검하며,
- 강화학습 기반 위험 점수화 엔진(Risk Scoring Engine)이 위반 가능성이 높은 항목을 우선순위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AI 모듈들은 모두 Maersk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 내에서 작동하며, 전 세계 화물의 흐름을 규제 관점에서 사전적으로 분석·관리하는 체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자부품의 공급망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 시스템은 즉시 UFLPA(강제노동 금지법) 및 Dual-Use 품목 여부를 판정합니다. 만약 리스크가 감지되면 선적 이전에 Maersk 담당자와 고객사 모두에게 ‘Pre-Alert’를 자동 발송합니다. 동시에 HS 코드가 부적절하거나, FTA 조건을 충족하는 대체 코드가 존재할 경우, AI는 변경 시 절감 가능한 관세 금액까지 계산하여 제시합니다. 과거 전문가가 1~2주에 걸쳐 수행하던 검토가 수 시간 내 자동화되는 것입니다.
Maersk는 본 시스템을 통해 ‘신고의 자동화’에서 ‘판단의 자동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문서를 신속하게 제출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각 화물의 속성과 공급망 구조를 이해하고, 리스크를 예측하며, 절감 기회를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는 곧 사람이 데이터를 해석하던 시대에서 데이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대, 즉 Maersk가 지향하는 AI 기반 무역 운영 거버넌스(AI-Driven Logistics Governance)의 새로운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Maersk의 Trade & Tariff Studio가 만든 변화
AI 기반 관세·신고 자동화 플랫폼인 Trade & Tariff Studio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Maersk는 통관 업무 전반에서 뚜렷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선 고객(화주·수입업체·포워더) 측면에서는 통관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과거에는 HS 코드의 오분류나 원산지 판정 오류로 인해 과납, 지연, 제재 위험이 빈번히 발생했으나, 이제는 AI가 사전에 이를 검증·교정하고, 모든 분석 로그와 판정 근거가 자동 기록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줄었습니다. Maersk는 평균적으로 5~6%의 관세 과납 가능성을 절감하고, 통관 준비 미흡으로 인한 선적 지연(약 20%)을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 효과를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AI가 자동으로 제시한 FTA 적용 가능성 분석 결과는 고객사의 세율 절감 기회로 직결되었으며, 통관 전 단계에서 리스크 알림(Pre-Alert)이 자동 발송됨에 따라 선적 후 억류나 벌금 부과 사례가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운영자(내부 직원 및 통관 전문가) 측면에서도 효율성과 대응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기존에는 각국의 규정과 코드체계를 사람이 직접 검토해야 했지만, AI가 규정 문서를 상시 학습하고 위험도를 점수화함으로써 반복적인 서류 검토와 수작업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덕분에 Maersk의 글로벌 통관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리스크를 식별하고, 복잡한 예외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예외 중심 운영(Exceptions-only Operation)’ 체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업무 효율을 넘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와 내부 운영 표준화를 동시에 견인한 성과로 평가됩니다.
산업 전반의 관점에서 보면, Trade & Tariff Studio는 단순히 신고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제 무역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시스템입니다. 제품 분류 → 규제 검토 → 신고 → 사후 감사로 이어지는 긴 통관 프로세스를 AI가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판단·보고함으로써, 해운·물류기업이 처음으로 “AI가 판단하고, 사람이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구현하게 된 것입니다. Maersk는 이를 기반으로 향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같은 환경 규제나 윤리적 공급망 심사까지 관리 범위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결국, Maersk의 관세 신고 자동화 AI는 단순한 규제 대응 도구가 아니라, 무역 운영이 AI 주도형 프로세스(AI-driven Process)로 전환되는 첫 실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문서를 읽는 통관’에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조치하는 통관’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며, 해운산업이 진정한 의미의 Autonomous Trade Operation, 즉 자율형 물류 운영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국내 해운·물류기업에게도 이는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자동화의 초점이 운송이나 하역의 물리적 효율을 넘어서, 규제·관세·FTA 관리와 같은 비가시적 영역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데이터와 AI가 ‘화물의 흐름’뿐 아니라 ‘규제의 흐름’까지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