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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utonomous Marine'을 위한 디지털 신기술 활용 정책

해양 산업의 새로운 물결 - 신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해양 산업은 지금 “AI와 자율화(Autonomy)”라는 새로운 혁신의 물결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육상에서는 이미 무인 운송로봇, 자율주행차량, 스마트팩토리 등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고,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자연스럽게 해양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선박은 점점 더 많은 센서를 탑재하고, 항만은 5G·AI·로보틱스 기반 자동화로 재편되며, 해양 물류는 사람이 직접 판단하고 조작해야 했던 위험 요소들을 기계·데이터·AI가 함께 판단하는 구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은 단순히 기술적 유행이 아니라, “더 안전하게, 더 효율적으로, 더 적은 인력으로 세계 물류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만든 결과입니다. 자율운항(Auto-Navigation), 원격운항(Remote Operation), 스마트항만(Smart Port), 디지털 트윈 기반 관제(Digital Twin Control Tower)는 모두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낸 하나의 미래 청사진, 즉 Autonomous Marine이라는 큰 그림을 향해 수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요 해양 강국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율 해양 시대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싱가포르·중국·일본을 중심으로, Autonomous Marine을 위한 디지털 정책을 살펴보려 합니다.
[사례 1] 싱가포르 - 도시 국가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는 ‘자율운항 Testbed 국가’
싱가포르는 국토가 좁고 배후지가 부족한 구조 때문에, “공간 효율성”과 “운항 정밀도”를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아 왔습니다. 이런 배경은 자율운항 선박 기술 도입에서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싱가포르는 자율운항을 단순한 미래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운영 기술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Testbed입니다.
싱가포르는 자율운항 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실제 항로에 가까운 해역을 ‘시험·검증 공간’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항해·회피·원격제어·AI 기반 의사결정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도시국가 특성상 실적 기반 검증이 중요한데, 이 Testbed는 향후 국제 규제와 산업 적용을 위한 표준화의 출발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는 자율운항 기술의 또 다른 핵심 요소 ‘AI 기반 상황 인지(Situational Awareness)’에 초점을 맞추고, AMP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과제를 통해 AI 기반 충돌 방지, 위험 탐지, 항만 납기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Maritime AI Ecosystem은 단순한 연구개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양 사고의 70~80%가 인적 오류에서 비롯된다는 국제 통계를 기반으로 “사람의 인지 능력을 보조·대체하는 AI 기반 항해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전략입니다.
싱가포르는 자율운항 선박 자체뿐 아니라 항만 관리, 관제, 업무 협조 등 해양 생태계 전반을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최대의 해양 AI·자율운항 기술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례 2] 중국 - ‘지능형 선박·스마트항만’으로 연결하는 전면적 디지털 전환
중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국이자 세계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는 항만 국가입니다. 상하이·닝보·선전·칭다오 등 메가포트가 연이어 존재하고, 국가 차원의 제조업·물류 생태계가 거대하게 확장되어 있는 만큼, 해양 산업의 자율화 역시 산업 전반의 ‘지능화(智能化)’ 전략과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율 해양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첫째는 선박 중심의 Intelligent Ship Development Action Plan입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율운항·스마트 엔진·지능항해 시스템을 국가 표준으로 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선박에 탑재되는 센서 표준, 자율항해 알고리즘, 통합 제어 플랫폼을 모두 국가 주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이 아니라, 조선소–기자재–운항사–감독기관이 동일한 디지털 언어로 움직일 수 있는 “국가 표준 기반 자율운항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입니다.
두 번째 축은 항만 중심의 Smart Port Pilot입니다. 상하이 양산항, 닝보, 선전 등 주요 항만은 이미 5G·AI·로봇이 결합한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야드 트럭은 무인 AGV로 바뀌고, 크레인은 5G 기반 원격 조종으로 운영되며, CCTV·센서·기상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항만 작업을 실시간 최적화합니다. 중국은 이러한 기술들을 각각 따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의 자율화–항만 자동화–컨테이너 물류의 디지털화를 연결된 하나의 지능형 네트워크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향하는 최종 그림은 “스마트 쉬핑(Smart Shipping)–스마트 포트(Smart Port)–스마트 물류(Smart Logistics)”가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되는 지능형 해양 슈퍼체인입니다. 이는 규모와 속도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격적인 접근입니다.
[사례 3] 일본 - 인구 감소·인력 부족 문제에서 출발한 ‘현실적인 자율운항 전략’
일본의 자율운항 정책은 싱가포르나 중국과는 조금 다른 색을 띕니다. 일본은 이미 심각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해운·항만 분야도 인력 부족이 매우 치명적인 산업 리스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는 일본 정부가 자율운항 기술을 “미래 혁신”이 아니라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수 기술”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은 MEGURI 2040과 DFFAS(Designing the Future of Full Autonomous Ship)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해운 3사(NYK, MOL, K Line), 전자·기자재 대기업(후지쯔, 미쓰비시 전기 등), 대학·연구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 단위의 협업 구조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자동화된 항해 기술 하나만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 충돌 회피 AI
- 자율 경로 생성 알고리즘
- 차트·기상·항로 위험도 데이터의 자동 통합
- 원격 운항과 완전 자율운항의 하이브리드 모델
- 선박–관제센터 간 초저지연 통신
등 자율운항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완전 자율운항’보다 먼저 “원격운항(Remote Operation) + 자율보조(Autonomous Assistance)”를 결합한 현실적·단계적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인력 부족 상황에서 선장이 필요한 인지·판단 업무를 AI가 보조하는 형태로 현장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일본의 장기적 지향점은 선박 자체의 완전 자율화뿐 아니라, “안전성 검증 기준과 사고 책임 구조까지 포함한 자율운항 규제체계”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 경쟁과 함께 국제 해사 규범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국은 서로 다른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하나의 미래를 향해 수렴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운영 효율과 정밀도를 위해,
중국은 산업 규모와 지능화 전략을 위해,
일본은 인력 부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자율운항 기술을 선택했습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동일합니다. 바로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AI 중심의 Autonomous Marine 생태계 구축입니다. 자율운항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각국의 정책과 기술이 구체적인 진척을 보이며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